한때 문을 닫았던 홈플러스 매장이 다시 불을 켰습니다.
긴급운영자금 2000억원을 확보하면서 임시 휴업했던 67개 매장이 다시 영업을 시작했고,
8월 13일 정식 재개장까지 마쳤습니다.
겉으로만 보면 큰 고비를 넘긴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제2차 수정회생계획안을 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2000억원은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홈플러스는 23개 자가 점포를 팔아 약 1조4193억원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그래도 2030년에 5918억원, 2037년에는 다시 9143억원의 추가 차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두 금액을 합치면 약 1조5061억원입니다.
매장을 다시 열었다고 회생이 끝난 것이 아니라, 앞으로 10년 가까이 자산 매각
·영업 회복·대규모 차입이 모두 계획대로 맞아떨어져야 하는 구조입니다.
2000억원은 어디서 마련했을까
홈플러스는 최근 메리츠금융그룹에서 2000억원 규모 DIP 대출을 확보했습니다.
DIP 대출은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회사가 정상 영업을 이어가기 위해 새로 조달하는
긴급 운영자금입니다.
서울회생법원이 대출을 허가하면서 홈플러스는 임시 휴업했던 67개 매장을 다시 열 수 있게 됐습니다.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보증도 포함됐습니다.
그런데 이 2000억원만으로는 회생계획 전체를 실행하기에 부족합니다.
첫 번째 카드, 점포 23곳을 판다
홈플러스가 가장 먼저 내놓은 자금 마련책은 보유 점포 매각입니다.
제2차 수정회생계획안에는 대전 유성점, 경기 야탑점, 동광주점 등 자가 점포 23곳을 매각해
약 1조4193억원을 확보하는 계획이 담겼습니다.
부산 서면점의 잔금과 서울 중계점, 경기 킨텍스점 등 비핵심 점포 유동화 대금도 포함됩니다.
숫자만 보면 상당합니다.
약 1조4000억원.
그런데도 돈이 모자랍니다.
2030년 또 5918억원을 빌려야 한다
첫 번째 큰 고비는 2030년입니다.
홈플러스는 그해 2월까지 공익채권 8121억원을 갚아야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임직원 퇴직금 일부와 협력사 물품대금, 세금, DIP 대출 원리금 등이 포함됩니다.
회생절차에서 공익채권은 일반 회생채권보다 우선해서 갚아야 합니다.
문제는 자체 현금만으로 모두 갚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남아 있는 점포와 부동산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5918억원을 새로 빌린다
는 계획이 들어갔습니다.
더 눈에 띄는 부분은 이 차입 계획이 1차 회생안에는 없었다는 점입니다.
회생안을 다시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이 더 커진 것입니다.
진짜 마지막 고비는 2037년
2030년을 넘겨도 끝이 아닙니다.
홈플러스는 일반 회생채권을 2032년부터 2037년까지 갚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변제금의 상당 부분이 마지막 해인 2037년에 몰려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채권을 갚기 위해 필요한 돈이
9143억원
입니다.
홈플러스는 이 금액도 재대출로 조달할 계획입니다.
즉 10년 가까이 회생계획을 수행한 뒤에도 마지막 순간에 다시 9000억원이 넘는 돈을
빌려야 하는 셈입니다.
1차 회생안보다 오히려 차입 의존도가 커졌다
이 부분이 특히 중요합니다.
1차 회생안에서는 2030년 대규모 담보차입이 예정돼 있지 않았습니다.
또 2037년 재대출 규모도 원래 4101억원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새 수정안에서는
2030년 5918억원 신규 차입
그리고
2037년 9143억원 재대출
로 크게 늘었습니다.
홈플러스 회생계획이 이전보다 미래 자금조달에 더 많이 의존하는 구조가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2037년에 9000억을 어떻게 빌릴까?
홈플러스가 생각하는 전제는 실적 회복입니다.
2037년에는 영업이익을 약 2182억원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중 약 3분의 1 수준인 727억원까지 이자로 부담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금리가 연 7%라면 1조원 넘게 차입할 수 있으므로 9143억원의 재대출이 가능하다는 논리입니다.
숫자상 계산은 가능합니다.
문제는 앞으로 10년 동안 실제 영업실적이 그렇게 좋아지느냐입니다.
2028년 전망은 오히려 크게 낮아졌다
홈플러스의 새 계획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전 회생안에서는 2027년 실적이 반영되는 2028년 결산 때
매출 4조3487억원
영업이익 867억원
을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새 회생안에서는 같은 시기의 매출 전망을 약 3조3760억원으로 낮추고
영업손익도 103억원 적자로 바꾼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매출 전망이 거의 1조원 가까이 낮아진 것입니다.
즉 단기간의 실적 회복 전망은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1년 뒤에는 갑자기 1200억원 흑자?
더 흥미로운 건 다음 해입니다.
홈플러스는 2029년 매출을 약 4조1199억원으로 예상했습니다.
1년 만에 7000억원 이상 늘어나는 그림입니다.
영업손익 역시 2028년 103억원 적자에서 2029년에는 1242억원 흑자로 급격하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회생계획의 현실성을 판단할 핵심입니다.
2028년까지 적자를 내던 회사가 2029년에 얼마나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느냐
가 이후 대규모 차입 능력까지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홈플러스는 왜 점포를 이렇게 많이 파는 걸까
현재 홈플러스의 회생 전략은 상당히 명확합니다.
점포 수를 줄이고
핵심 점포 위주로 재편하고
비핵심 부동산을 현금화한 뒤
운영비를 줄여 본업의 수익성을 회복한다
는 방식입니다.
앞선 수정 회생계획에서도 점포와 인력 조정을 통해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이후 대형마트 점포를 크게 줄이고 인력 구조조정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매장을 팔수록 담보도 줄어든다
여기에서 딜레마가 생깁니다.
점포를 팔면 당장 현금은 들어옵니다.
하지만 나중에 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때 활용할 담보 자산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2030년에 5918억원,
2037년에 9143억원을 빌리려면
그 시점에도 충분한 담보가치가 남아 있어야 하고, 영업실적도 좋아야 하며, 금융시장 상황도
우호적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금융권에서도 수정회생계획이 채권단 동의를 받는다고 해서 향후 10년 동안 그대로
실행될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제 가장 가까운 고비는 9월 2일
당장 중요한 날짜도 있습니다.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심리·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를 9월 2일 오후 3시로
지정했습니다.
법원이 정한 최종 가결 시한은 9월 4일입니다.
관계인집회에서는 회생담보권자·회생채권자·주주 등이 각각 표결합니다.
여기에서 필요한 동의를 얻으면 법원의 인가 판단으로 넘어가지만, 동의를 확보하지 못하면
회생절차 자체가 다시 흔들릴 수 있습니다.
즉 2000억원을 마련했다고 홈플러스의 회생이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엇을 봐야 할까
홈플러스 매장을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당장 가장 체감되는 것은 매장이 다시 문을
열었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상품 공급이 얼마나 정상화되는지
주요 점포 매각 이후 영업망이 어떻게 바뀌는지
협력업체와 거래가 안정되는지
실제 매출이 회생안 전망처럼 회복되는지
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회생계획이 아무리 정교해도 결국 마트의 본업은 고객이 계속 매장을 찾아 돈을 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2000억원은 ‘회생 성공’이 아니라 시간을 산 돈에 가깝다
홈플러스의 최근 상황을 가장 간단하게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2000억원으로 급한 불은 껐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23개 점포 매각으로 1조4193억원 마련
2030년 5918억원 차입
2037년 9143억원 재대출
이라는 큰 관문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숫자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하나입니다.
홈플러스 본업이 다시 살아나야 한다는 것.
매출과 영업이익이 계획대로 회복되지 않는다면 부동산 담보가 남아 있더라도 수천억원대
추가 대출을 받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00억원이 홈플러스를 살렸다고 보기보다, 다시 살아날 시간을 벌어줬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해 보입니다.
9월 2일 관계인집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이후 매출이 실제로 반등할지, 그리고 자산을
팔면서도 장기적인 영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 홈플러스 회생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0 댓글